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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
    책 소개 2020. 2. 16. 00:00

     

    ≪약해지지 마≫(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는, 주말 오후, 집 근처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평이한 언어로 쓰여진 '시'들이 어떻게 이렇게 마음을 콕콕 찌를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라는 장르적 구분은 뒤로 하고 글 자체가 너무나 정감있었고, 읽으면서 '어 이렇게 평이하게 써서 어떻게 마무리 하시려나'라는 걱정(내가 왜 걱정하지?), 긴장, 기대감으로 신경이 최고치로 활성화되었을 때, 나를 연착륙시켜 주는 마무리에 '휴우'하면서 안심하고 잠깐 쉬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 구절 한 구절을 마음 속으로 되새김해 본다.

     

    시를 이동진의 영화 '한줄평'의 집합체로 알고 있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

     

    무엇이 나를 이리 설레게 했을까 - 아껴서 읽고 싶어서 출근길 지하철에서만 조금씩 읽었다.

    '시'에 대한 장벽이 확 낮아진 것에 대한 환희일까 아니면 시인의 평이한 글 뒤에 '짠'하고 나오는 결론에 대한 열광일까

     

    아니면,

     

    우리가 잊고 지냈던 '할머니'를 생각나게 하고, 다시 만나게 해 주고, 무관심한 듯 하지만 사실은 항상 나를 지켜보는 우리 할머니여서일까. 

     

    그리고 시바타 도요 할머니가 너무 귀여우셔.

     

    시집 제목이 상당히 단호해서 조금은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을 오랫 사신 분이 후대에게 전해 줄 한 마디로 선택한 '레가시'가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약해지지 마'

     

    나도 이렇게 외치고 싶어, '약해지지 마' 그리고 '악해지지도 마'

     

    그녀의 언어는, 엄마 손을 잡고 하굣길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의 마음처럼 나를 즐겁고 들떠게 한다.

     

    그리고 나도 시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가 내 손을 꼬옥 잡아 주기만 한다면.

     

    작가가 '후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로 밝힌, '추억 Ⅱ'를 소개하고자 한다.

     

    추억 Ⅱ

     

    아이와 손을 잡고

    당신의 귀가를 

    기다리던 역

    많은 사람들 틈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죠

    셋이서 돌아오는 골목길에는

    달콤한 물푸레나무 향기

    어느 집에선가 흘러나오는 

    라디오의 노래

     

    그 역의 골목길은

    지금도 잘 

    있을까

     

    PS. 시바타 도요 작가는 2013년, 향년 102세를 일기로 돌아가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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