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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크스
    글쓰기 2020. 2. 22. 00:00

    저에게는 이런 징크스가 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고 있을 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끝까지 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됩니다. 독서의 경우도, 주변에 '이런 책 읽고 있어'라고 알리면, 징크스의 신은 이를 놓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안 믿었죠.

    알게 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다고 그것 때문에 중도에 그만두게 되냐고. 

    내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거고 다 핑계야.

     

    그런데, 이게 한 번 두 번 쌓이니까, 

    설마에서 긴가민가로 옮겨가고, 동일한 경험을 몇 번 더 하니까, 자연스레 겁을 먹게 되더군요. '혹시 모르니까 말하지 마'라고 계속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우게 되고요.

     

    친구나 동료들에게 '열심히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커니까 '뭐 배우고 있어', '무슨 학원에 다니고 있어'라고 말하게 되죠. 자랑하고 싶고 입이 간질간질거려 말하지 않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를 보면, 멘시키라는 인물이 주인공에게, 생물학적으로 친딸일지도 모르는 마리에의 초상화를 그려 줄 것을 부탁하고, 주인공이 이를 받아 들이고, 마리에는 주말마다 고모인 아키가와 쇼코와 함께 주인공의 집을 방문합니다.

     

    주인공과 마리에가 그림 작업을 하는 동안, 아키가와 쇼코는 거실에서 혼자 독서를 합니다. 주인공은 아키가와 쇼코가 읽는 책이 궁금해서, '무슨 책을 읽으시죠?'라고 물었고,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 저에게는 책 읽는 도중에 책 제목을 남에게 알리면 끝까지 읽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어서요. 다 읽고 나면, 말씀드릴 수 있어요'라고 아키가와 쇼코가 답합니다.

     

    이럴수가,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아키가와 쇼코 덕분에, 사실은 무라카미 하루키 덕분에, 내 징크스를 일반화시킬 수 있었고 무리의 하나가 되어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기뻐하고 안심했습니다.

     

    지금은, '자중하고 겸손하게 살아라'는 신의 말씀으로 생각하며,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자꾸 뱃속에서 가슴을 거쳐 목구멍을 타고 넘어 오는 나의 자랑질 욕구는 작심삼일로 자신을 성찰하는 나만의 문제인가요? 아니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까요? 

     

    여러분은 어떤 징크스를 가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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